교민 말말말/독자투고
  • 엄마라는 생물은 고생을 사서 하는 사람
  • 작성자: pmj70 조회: 3321 등록일: 2016-08-21
    제 생각은 비가 와야 홍콩입니다.
    그리고 비가 오면 멸치 듬뿍 넣고 끓인 국물 진한 국수가 최고지요.
    그래서 오늘 저녁 메뉴는 멸치 국수입니다.

    냉동실의 1/3을 차지하고 있는 멸치, 
    홍콩에는 멸치가 없는 걸까?
    아니면 한국 사람들은 멸치 없이는 못 사는 걸까? 
    우리 집 냉장고에는 홍콩을 떠나 한국으로 가시는 분들이 주고 가신 멸치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달달한 도시락 반찬으로 인기 만점의 볶음용 잔멸치부터 두루두루 잘 쓰이는  중간 크기의 것, 국물 내기 달인인 기름 좔좔 국멸치까지 갖추고 있으면서 
    한국에서처럼 먹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오늘 국물을 내려고 꺼낸 멸치를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멸치의 머리와 똥이 깔끔히 제거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어머, 깔끔해라, 누가 주신 멸치일까?"
    멸치를 받은 뒤 그대로 냉동실 안쪽에 넣어둔 터라 기억이 나지 않았다.
    평소의 나는 맛 보다 속도를 강조하는 주부다.
    우리 식구들의 뭐든지 잘 먹는 반미맹에 가까운 식성 탓과 바쁘다는 핑계가 어우러진 나의 요리...
    나는 끓는 물이든 찬물이든 멸치와 무우를 기분 대로 넣고 국물을 만든다.
    그러니 나의 사전에 없던 멸치가 나는 깜짝 놀랄 일이었다.
    그 날의 국수는 어느 고마운 분의 수고로움으로 더욱 맛있었다.

    '엄마라는 생물은 고생을 사서 하는 생물' 

    그 날 저녁 인터넷 기사를 보다가 나의 눈에 들어 오는 제목이 있었다. 그리고 떠오르는 한 분, 
    홍콩에 처음 왔을 때부터 알게 되어 잘 지내던 그 분의 고향은 경상도였다.
    중학교 때 수학 여행을 가서 음식으로 고생했던 곳,
    무뚝뚝하고 정이 없을 것 같던 투박한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기억되던 경상도의 그 분은 참 예쁘고 상냥해서 나의 나쁜 기억을 말도 안 되는 편견으로 바꾸어 놓으셨다.
    그런 그 분의 연세 많으신 부모님께서 딸이 외국에서 어찌 사는 지 보고 싶으셔서 버스 타고 비행기 갈아 타고 홍콩에 오신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오시면서 막내딸에게 하나라도 더 가져다 주고 수고로움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에 멸치 머리도 떼고 똥도 다 발라서 바리바리 싸 오셨다는 말을 들었다.
    " 우리 엄마도 참, 비행기 타고 오시면서 무게 나간다고 멸치 머리에 똥까지 다 떼고...
    허리 아프다더니..."
    그렇게 말하는 그 분의 입가에는 행복 가득한 미소가 넘쳤었다.
    아마도 그 분의 어머니께서도 그런 딸의 모습을 보며 행복해 하셨을 것 같다.
    구부정한 허리 두드리며 멸치의 머리와 똥을 다듬고 계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그려지며 난 그 분이 참 부러웠다.
    언젠가 그 분의 핸드폰에서 허리 굽고 주름 깊은 얼굴의 어머니를 뵌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 기억해 보니 어딘지 우리 엄마와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잠깐 한국에 가게 되었을 때 무심코 지나가는 말로 엄마표 열무 김치가 먹고 싶다고 했나 보다. 
    그런데 한국에 도착해 보니 엄마가 구부정한 자세로 열무를 버무리고 계셨다.
    " 아침에 열무 장수가 안 와서 네 이모 앞장 세워 장에 갔다 왔다.
     그래도 여름이라 봄것처럼 연하지는 않아, 넌 야들야들한 거 좋아하잖아?" 
    나는 기억도 나지 않는 말인데 엄마는 그날 아침부터 이모를 들볶았다고 한다.
    장이 가야 된다고, 열무가 있어야 한다고, 그리고 야들야들 봄것처럼 그래야 된다고...
    " 엄마, 허리 아프다며?  고생을 왜 사서 해? 사 먹어도 되는데..." 
    언젠가 나의 딸이 엄마도 할머니 김치 만드는 법을 배워야 된다고 해서 웃은 적이 있다.
    그렇게 배워서 자기한테도 해 줘야 된다나? 
    참 벌써부터 부려 먹으려는 딸을 가진 나는 엄마,
    하지만 고생을 사서 하는 엄마를 가진 딸이다.

    "엄마,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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