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민 말말말/독자투고
  • 홍콩토요학교 한국어반에 대한 나의 단상
  • 작성자: 수요저널 조회: 6075 등록일: 2017-03-07




    모국을 떠나 홍콩에서 산지 이십여년이 지나 연차가 점점 깊어지다 보니 처음엔 흥미로왔던 홍콩의 단물은 다 빠지고 지금 남는건 곰삭은 장아찌같은 토종 한식에 대한 절절한 허기과 한국말로 맘대로 지껄일수 있는 고향의 가족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뿐이다

    홍콩에서 태어나 여기서 계속 성장하고 있는 틴에이저 나의 딸은 집에서 영어로 대화하고 크면서 영어로 나를 감히 'You' 라고 상하없이 불러 날 공포에 빠뜨리더니, 십년이 지나니 나 역시 'You' 라고 불리우는데 익숙해졌다.

    물론 한국말을 집에서 많이 안했던 이 에미의 원죄는 여기서 언급 안하겠다.

    가정마다 사연이 있고 사는 상황이 다르므로 다른 모범 가정과 비교해 날 슬프게 하고 싶진 않다.

    처음에 토요학교에 입학시켰을땐 애가 '가갸거겨'만 떼서 애 혼자 한국에서 찜질방가서 남탕 여탕만 구분해 들어가 대망신만 안 당하면 된다라고 하며 큰 기대 안하고 보냈다.

    유치반과 토요학교 정규반을 거치면서 애의 한국어 실력은 생각보다 월등하게 발전해서 공부는 안 하고 맘대로 유튜브에서 응팔드라마를 한글로 지맘대로 찍어 볼 수준까지 되었다.


    그러다 교과과정이 심화되어 가는 고학년이 되자 어느날 받아쓰기 시험에서 충격의 빵점을 떡 하니 받아왔다. 

    뭐 거기까진 받아들일수 있었다.

    공책에 글씨쓰기 여러번 반복하는 숙제를 하기 싫다고, 나몰래 상주 메이드를 시켜 쓰게하고, 그것도 한번도 아니고 여러번 시킨 게 어느날 나에게 발각되었다.


    즉, 우리애는 창의적인 그 좋은 머리를 나몰래 부적절하게 쓰고 있었던 것이다.

    애가 창의적인 죄를 계속 지을동안 그집 애미는 뭐에 바빠 애 숙제를 감시 안 했냐에 대해선 그 집 개인 사생활이니 이 역시 사정상 이 글에선 빼기로 한다. 

    때마침 갱년기 증상이 슬슬 동반되어 만사가 예민하고 짜증나던 이 엄마는 목욕탕 남녀 간판만 읽어도 된다는 초심을 잃어버린채 맴매를 들고 애를 마구 때리며 화산폭발 해버렸다.

    지켜보던 딸바보인 외국인 남편은 위기를 맞은 무서운 중년 여성의 터지는 활화산의 불똥에 맞아 부부 불화까지 생겼다.

    '가갸거겨'가 사람잡고 내 인생까지 잡는구나.


    마침 당시 신설된 한국어 반은 단비와 같았다

    처음 일반 과정(교육부 국어과정)에서 한국어반으로 옮기면서의 심정은 솔직히 떳떳한 기분은 아니었다.

    혹시 학습 부진아들이 모여 대충 시간을 때우고 오는게 아닐까하는 우려와 더 이상 받아쓰기와 숙제를 안시켜도 된다는 나의 해방감이 섞인 복잡한 심정으로 애를 보냈다.

    그렇게 4년 정도 흐르고 딸은 토요학교를 갈 때마다 즐거워했다.

    한국의 정서를 담고 있는 땅따먹기와 제기차기 등 각종 놀이를 배우고 간단한 악기를 이용한 토속 민요의 자연스러운 습득, 때론 교실에서 맛있는 김밥 만들어 먹기같은 요리시간까지 포함되어 수업시간이 항상 흥미롭다며 항상 토요일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놀이가 강조되었다하여 문법과 받아쓰기를 완전히 삭제한 학습은 아니었다.

    학습 교제는 실생활 위주의 회화를 강조하여 글로벌 사회의 외국인이 받는 한국어 교육방식으로 제작되어 이해도 쉽고 실용적이었다.

    그 이후 우리 모녀 사이는 다시 가까와 졌고 가정 불화의 씨앗도 잠재워 주었으나, 다만 부작용이 있다면 내 맘이 편해지니 자꾸 군살이 찐다는 정도였다.


    매주마다 공들여 멋진 수업을 준비해 주시는 담임선생님과 이런 뜻깊은 교과 과정 운영을 위해 힘써주시는 얼굴도 모르는 윗분들께 난 어떤 식으로든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내가 이런 창피할 수도 있는 글을 쓰는 이유는 혹시 토요학교를 다니며 만에 하나 나의 전철을 밟는 다문화가정의 학부형들이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나왔다. 

    한국어 과정은 일반 교과과정을 따라가지 못해 가는 학습 부진아 과정이 결코 아닌, 특히 다문화 가정의 학생에게 맞는 하나의 적절한 대안이며, 한국의 문화를 쉽고 재미나게 배우며, 창의력을 북돋아 주는 알찬 과정이라고 귀뜸해 드리고 싶다.

    이 과정이 앞으로 중고등학생의 한국어 심화반의 신설로 이어지고 미래지향적인 한국어 교육이 꾸준히 진행된다면 도중에 한국어를 포기하는 학생들도 감소할 것이며 토요학교의 앞날은 더욱 번창할 것이다.


    한국어 과정 학부모 

    ....................................................................


    안녕하세요

    토요학교의 학생수가 점점 감소하는 와중에 기존 학부모 입장에서 다문화 가정의 후배엄마들의 격려를 드리고자 몇자 적어보았습니다.

    애독자로서 수요저널의 영원한 발전을 기원하며 글 첨부 합니다.

    익명의 학부모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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