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민 말말말/독자투고
  • 소통하며 살고 싶다
  • 작성자: pmj70 조회: 8229 등록일: 2015-06-26


     어느 새 홍콩 생활이 4년을 지나고 있다.

    처음 홍콩에 왔을 때의 답답하고 불편하기만 했던 시간들을  지나니 이제는 조금씩 여유와 느긋함을 느낄 수 있다.

    세월이 주는 여유로움인가

    두 아이를 낳고 키우며 보낸 시간도 그렇게 조금씩 여유롭게 바뀌고 있다.

    어느 새 대학생, 그리고 중학생이 된 두 아이,

    병아리 같고 고사리 같던 아이들이 이제는 나 보다 더 커서 나란히 걸어가면 엄마로서 참 뿌듯하다.

    그런데 이 아이들...

    내가 자랄 때와는 많이 다르다.

    물론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많이 느끼지만 요즘 세대의 아이들이 어쩔 땐 참 멀게 느껴진다. 딴 세상에 사는 아이들 같다.

    요즘 세상이 따라가기 무섭게 빨리 돌아가니 그 세상에 사는 아이들이 바쁘게 따라가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바빠도 너무 바쁘다, 여유가 없다. 생각이 없다.

    방학을 빨리 한 대학생 큰 아이를 보니 한숨이 절로 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스마트폰을 끼고 산다.

    거의 한 몸이 되어버린 스마트폰, 카톡, 카톡...

    처음 내가 스마트폰을 알게 된 것은 4년 전이었다.

    아날로그 마지막 세대인 나는 배낭 하나에 큰 카메라를 신주 단지 모시듯 안고 인도 여행을 갔다.

    사진은 오직 카메라로만 찍는 줄 알았던 내가 본 요즘 아이들의 카메라는 전화기였다.

    작고 가벼운 것이 전화 뿐만 아니라 인터넷에 음악을 듣고 영화까지 볼 수 있다니 기가 막혔다.

    그래서 집에 오자마자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아직까지도 잘 쓰고 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 스마트폰을 써도 너무 쓴다.

    하루 종일 ㅋㅋ, ㅎㅎ 날리며 대화방에서 산다,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 지 좀 보려고 하면 엄크? 다, 파덜 어택? 이다...난리가 난다.

    그게 또 무슨 말이냐고 물으면 또 ㅋㅋ...오, 마이 갓!

    종파에 깜파까지 있어 친구들과 할 얘기가 많다는 아이, 

    이렇게 말이 안 통할 수가...우리말 쓰는 거 맞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요즘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필기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저 사진으로 찍고 저장하면 끝, 

    내 머리 속으로 들어와 내 것이 되지 않아도 좋다.  네이버로 다시 검색하면 족하다.

    그리고 인터넷에 올라 온 내용은 절대적이 되어 생각 없이 받아들이기 일쑤다. 

    얼마 전 읽은 책의 작가가  우리 주변에 정말 좋은 고전들, 책들이 많은데 인터넷에  떠도는 줄거리만 읽고

    모든 사람들이 같은 내용으로 알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쓴 글을 본 적이 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가장 안타까운 일은 그렇게 알아버린 책들은 다시 읽을 기회 마저 없어진다는 것이다. 

    한 번 읽고 싶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말 다 읽은 것 같아서 다시 보지 않는 것들...

    그리고 너무 쉽게 찾을 수 있고 가까이에 있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우리 아이들...

    소통하며 살고 싶다.

    무엇이 그리 바빠서 쓰던 말을 줄이고 바꿔서 쓰는 지 잘 모르겠다.

    얼마 전 나는 홍콩 사람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치는 일을 시작했다.

    조금 답답하고 어색해도 바르고 예쁜 우리말을 천천히 익히게 하고 싶다.

    이제  스마트폰으로 의사 소통까지  가능한 통역기가 나오는 시대라고 하지만 내 목소리로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며

    얼굴 보고 소통하고 싶다.

    얘들아,

    오늘 하루는 스마트폰을 꺼 놔도 좋을 것 같지 않니?




    댓글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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