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배우는 생활한자 63_ 약 약

2018년 08월 08일 12시 31분 입력

 

 

약 약

 

 

아스피린은 버드나무 껍질에서 유래한 물질입니다. 버드나무 껍질에는 살리신이라는 성분이 있는데 살리신은 우리 몸 속에서 여러 대사 과정을 거쳐 살리실산이라는 물질로 바뀝니다. 이 살리실산에 진통 효과가 있기 때문에 옛날부터 버드나무 껍질은 진통제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전해져오는 이야기 중에 이순신 장군이 무과에 응시했다가 말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지자 버드나무 가지를 다리에 동여매고 시험을 계속 치렀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 역시 버드나무의 진통 효과와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살리실산이라는 물질은 이명과 메스꺼움 등의 부작용이 심합니다. 그래서 1800년대 후반에 많은 화학자들이 살리실산의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했고, 그 결과 살리실산을 아세틸 살리실산이라는 비슷한 물질로 바꾸면 진통 효과는 유지하면서도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윽고 1899년에 독일의 바이엘 사에서 아세틸 살리실산을 진통제로 팔기 시작하는데 그 때 약에 붙인 상품명이 아스피린입니다.

 

이처럼 인류는 오래전부터 식물을 약으로 사용해 왔습니다. 약을 한자로 쓰면 藥이 되는데 이 글자의 윗부분에 있는 艹(초두머리)가 바로 풀 초(草)가 변형된 모습입니다. 꼭 풀만 약으로 썼던 건 아닐 것이고 나무도 썼겠지만 식물의 대표격으로 艹(초두머리)가 약 약(藥)에 들어갔습니다. 아래에 있는 樂(노래 악)은 소리 부분으로 뜻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약을 우리나라와 홍콩, 대만 등지에서 사용하는 정자체로는 藥이라고 쓰지만 일본에서는 薬이라고 쓰고 중국에서는 药이라고 씁니다. 소리 부분인 樂(노래 악)이 일본의 신자체에서는 楽으로 조금 단순해졌고, 중국에서 쓰는 간체자에서는 아예 맺을 약(約, 约)으로 바뀌어 버렸네요. 하지만 각 글자의 아랫부분은 다 다르더라도 위의 초두머리(艹)는 그대로입니다. 약이라는 글자의 뜻, 조금 심각하게 말하자면 약이라는 글자의 정체성은 풀(艹)에 있다 보니 글자체가 달라져도 초두머리(艹)는 유지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