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피보다 진하다? – 상속 편 [오규백 변호사의 법률칼럼]

2018년 07월 25일 14시 44분 입력

‘돈은 피보다 진하다.’

 

한국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대표적인 상속분쟁 소송이라 할 수 있는 상속재산분할 심판청구 접수 건수가 2008년 279건에서 2015년 처음으로 연간 1000건을 돌파해 2016년에는 1223건을 기록했습니다. 9년 사이에 무려 4.4배 증가한 것입니다. 가족 간, 형제간에 벌어지는 현대판 ‘왕자의 난’은 이제는 비단 재벌가에 국한된 것은 아닌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민사소송 관련 변호사 업무를 하다 보면 가장 머리 아프고 감정적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드는 사건은 가족간의 분쟁입니다. 분쟁이 시작되면 오히려 일반인들간의 소송보다 더욱 격렬하게 다투는데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남아있지 않습니다. 분쟁이 발생하기 전에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당사자 사이 법률관계 형성 과정에 별다른 증거를 남겨놓지 않기 때문입니다. 상속 사건은 이에 더하여 관련 법리나 판례가 방대하고, 한 집안의 재산 형성 과정을 낱낱이 조사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까다로운 소송 중의 하나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재외동포들은 상속 분쟁에 있어서 피해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해외에 거주하는 등의 이유로 상속재산 분할 협의 과정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있으며 때로는 피상속인이 사망한 사실을 모르기도 합니다. 재외동포 또한 기초적인 상속법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가족간의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몇 주에 걸쳐 상속 편을 나누어 싣겠습니다. 제 칼럼을 통해 많은 도움 되시기 바랍니다.

 

[상담 사례]
저는 재외동포로 홍콩 영주권자입니다. 저의 아버지께서 유언 없이 돌아가셨고 생전에 아파트와 예금 얼마를 가지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있는 저의 동생이 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에게는 상속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과연 제가 위 상가와 예금채권을 상속받을 수 없는 것인지요. 상속을 받는다면 어느 한도에서 상속을 받는지 알고 싶습니다. 저는 동생 한 명이 있고 어머니께서 생존해 계십니다.


“상속(相續)”이란 사람이 사망한 경우 그가 살아있을 때 가지고 있던 재산상의 권리와 의무가 일정한 범위의 ‘혈족과 배우자’에게 포괄적으로 승계되는 것을 말합니다. 위 상속의 정의가 말해주듯 상속인이 될 자격은 내·외국인을 구별하지 않습니다. 영주권자뿐만 아니라 외국국적 취득으로 인해 한국 국적을 상실한 사람도 당연히 재산상속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민법은 같은 순위의 재산상속인 여럿이 공동으로 재산을 상속하는 경우 상속분을 나누는 방식을 두 가지로 정하고 있습니다. 피상속인의 ‘유언’에 의하여 지정하는 방식(지정상속분)과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정하는 방식(법정상속분)입니다. 유언은 법정상속에 우선합니다. 그러나 유언의 내용이 각 상속인의 유류분을 침해할 수는 없습니다. 유류분이란 쉽게 말해 법이 인정한 상속인의 최소한의 상속분을 말하는데 차후의 칼럼에서 자세히 소개하겠습니다.


사례와 같이 유언이 없는 경우에 민법이 정한 상속분에 따릅니다. 법정상속분에 따르면 동순위 상속인이 균분하되 피상속인의 배우자는 5할을 가산합니다(민법 제1009조). 사례의 경우 상담자와 그 어머니와 동생이 동순위 공동상속인 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남편 또는 아버지인 피상속인의 아파트와 예금채권을 1.5(어머니) : 1(상담자) : 1(동생)의 비율로 상속받았습니다.


이렇게 간단하게 끝나면 상속 관련 분쟁이 많을 이유가 없겠지요. 문제는 위 상속분을 토대로 상속재산 분할의 기준이 되는 ‘구체적 상속분’을 정하는데 있습니다. 민법은 단순히 지정상속분 또는 법정상속분에 따라 상속재산을 분할할 경우 상속인간에 불공평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특별수익자의 상속분’과 ‘기여분’이란 제도를 마련해 놓았습니다.


‘특별수익자의 상속분’이란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증여 등을 받은 특별수익자가 있는 경우에 그 수증재산을 상속분의 선급으로 다루어 구체적인 상속분을 산정함에 이를 참작하도록 하는 제도이고,  ‘기여분’이란 상속재산 형성에 특별히 기여하였거나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한 상속인에게 더 많은 상속분을 인정해주는 제도입니다.


공동상속인간에 상속재산 분할 협의가 원만히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상담 사례와 같이 동생이 형의 상속인의 지위를 배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경우라면 위와 같은 제도의 적용을 거쳐 구체적 상속분을 정하고 상속재산을 최종적으로 분할하는 과정에서 여러 다툼이 발생할 것입니다. 상속재산분할 심판청구 등 법원의 판단이 필요할 경우가 생길 수 있고, 이 때 치열한 법리 및 사실관계 다툼이 있을 것이라 보입니다.


상속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피상속인이 생전에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상속재산을 분배하거나 그 방법을 특정해 놓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혹 그러하지 못하여 피상속인 사후 공동상속인 사이에 상속재산 분할을 협의할 일이 생긴다면 가족간의 신뢰와 배려를 바탕으로 분쟁 없이 협의를 마무리 하여 “피는 물뿐만 아니라 ‘돈’보다 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오규백(Kyu-baek Oh)
대한민국 변호사, 법무법인 대호
E: kboh@daeho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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